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동반성장연구센터장님이 쓰신 글입니다.
참 좋은 내용이라 여러분들이 함께 읽어보시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요즘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에 취업하면 '가문(家門)의 영광'이 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률이 60%도 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한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은 보수도 높고 능력 개발 기회도 많으니 당연히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된다. 반면 중소기업은 대체로 보수도 낮고 고용도 불안하고 능력 개발 기회도 많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문제는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에 갈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취업 통계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 중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사람의 비율은 10%, 여기에 공공 기관에 취업한 사람을 더해도 15% 이내이고 100대 기업에 취업한 사람의 비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5%나 10%를 꿈꾸는 것은 좋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을 목표로 취업 재수·삼수를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매년 졸업생이 쏟아져나오는 취업 시장에서 영원한 백수가 되거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비정규직이나 준비 안 된 강요된 창업에 내몰릴 확률이 높다. 야구로 비유하면 홈런만을 노리다가 삼진 아웃되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는 꿈은 크게 갖되 발은 땅에 굳게 붙이는 것이 좋다. 취업문이 좁은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만 목표로 하지 말고 미래 비전이 있는 유망한 중소기업을 선택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훨씬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으로 가면 영원히 그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지레 겁을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중소기업 중에서 유망 중소기업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 이들의 착각에 불과하다. 일찍부터 유망 중소기업을 제대로 알아보는 선구안을 훈련하여 자신의 미래 꿈에 맞는 중소기업을 찾아 차근차근 능력을 쌓아간다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3할 타자가 될 수 있음은 물론 때로는 호쾌한 장외 홈런도 날릴 수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 이상 유망 중소기업을 알아보는 3할 타자의 선구안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먼저 필요한 것은 '유망'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유망 중소기업은 당장 급여를 많이 주는 기업인가, 당장은 급여가 낮지만 미래에 많이 받을 수 있는 기업인가, 고용이 안정된 기업인가, 능력 개발 기회가 많은 기업인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탁월한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기업인가? 물론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기업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기업이 없다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기준을 확립한 후에 그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을 적어도 5개 이상 발굴해 보자. 그리고 그렇게 발굴된 기업에 열정을 담아 지원해 보자.
내가 발굴하고 나에게 맞는 중소기업이라면 나도 성장하고 기업도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큰 기업에 들어가서 작은 인간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작은 기업에 들어가서 큰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정신을 가진 큰 인간을 청년들에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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